2011. 3. 23.

Citizen Cope: 나의 첫사랑


나만 알고 있는 뮤지션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뮤지션이라고 한다면 저는 Citizen Cope를 꼽겠어요. 그를 알게 된 건 2003년 무렵이었어요. 그의 음악은 첫사랑의 열병처럼 문득 찾아왔어요. 한 미국 드라마에 나온 If There's Love란 곡이 그와의 처음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. 이후로 한 2년을 심하게 앓았습니다. 그의 음악을 들으며 슬퍼하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기쁨에 어쩔 줄 모르기도 했습니다.  그의 음악을 들으며 많이 큰 것 같아요.

If There's Love




Mistaken I.D.



그는 하루키처럼 노래합니다. 지독히 아파도 아픈 내색 하나 않고 관조적인 목소리로 노래합니다. 황홀경에 빠져 있어도 날뛰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한결같이 노래합니다. 이 사람은 과연 감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. 그러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안도했어요. 아무 느낌 없이 부르는 노래에 희로애락을 다하면 왠지 손해보는 것 같았나봐요.
There are many different dimensions to these songs, and I feel a real spiritual connection to the people I write about. (제가 부르는 노래들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요. 저는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영적인 교감을 느껴요.)


Pablo Picasso



D'Artagnan's Theme



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서 몰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곤 해요. 혹시나, 어쩌면, 만약에...  하는 미련한 마음에 우연히 마주친 그 거리에서 때마침 떨어진 차가운 빗물이 어색한 눈물을 감춰주지 않아도 웃으며 안녕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요.


Holdin' On 




이렇게 준비를 하면서도 그를 만날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. 그런데 그런 그와 조만간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. 그의 변한 모습과 그가 간직하고 있을 익숙한 모습들을 어떻게 해야할지요. 제 변한 모습은 또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요.

Let The Drummer Kick

댓글 없음:

댓글 쓰기